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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유치원 칼럼

아이들은 개나리와 진달래를 영어로 어떻게 말할까?

by ✤✺✒ξ㎍㏆ΛΦξ 2021.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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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자주 듣고 말하게 되는 꽃 이름이 바로 개나리와 진달래가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꽃 이름을 영어로 알고 있을까?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나부터도 아이들을 가르치기 전에는 몰랐다.

 

왜 그동안 한 번도 이 꽃들을 영어로 말하는 것을 배우지 않았는지 생각해봤다. 언어는 문화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영어를 쓰는 문화는 한국이 아니다. 그래서 듣기 쓰기 말하기 어떤 것을 배워도 그 안에 들어 있는 내용은 한국 문화에 관한 것이 없다. 그 결과 나는 로즈와 튤립은 아는데, 개나리와 진달래는 모르게 된 것이었다.

 

 

새로운 단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새 학기 초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이들이 배울 교재를 쭉 훑어보던 중 봄에 관한 주제도 있어 가볍게 보고 있었다. 알록달록 예쁜 꽃 그림을 보면서 책의 아래를 보는 순간 당황했다. 영어로 개나리와 진달래를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평소에 한국어로는 정말 많이 쓰는 말이었지만 굳이 영어 단어로 익힐 생각을 못 했었다.

 

개나리는 forsythia, 진달래는 azalea이다.

 

사전을 찾아본 나는 언뜻 봐도 쉽게 발음이 되는 단어가 아님을 확인하곤 이래서 몰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어는 관심이 전부다. 관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일으켜 궁금증을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물어보고 알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

 

다시 말해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재미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도 몰랐던 꽃 이름을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가르치면, 과연 얼마나 많은 아이가 꽃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아이들에게 단어를 알려주지 말고 경험을 알려주기로 했다.

 

 

교실에서 책으로만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

수업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아이들이 개나리(forsythia)와 진달래(azalea)의 영어 이름을 읽고 말하고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두 가지의 꽃을 전혀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종이에 개나리와 진달래의 꽃의 모양을 그려진 종이를 나눠주고, 색을 칠하기 전에 어떤 것이 개나리이고 어떤 것이 진달래인지 관찰부터 하게 했다. 모양만 보고 어떤 것인지 맞혀보게 하는 것이다.

그다음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꽃들을 칠하면서 다시 한번 구분해보고, 그림 아래에 이름을 적게 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숙제로 다음 날 등원할 때 방금 배운 봄꽃을 하나씩 가지고 오게 하였다.

 

집에 돌아간 아이들은 부모에게 숙제를 설명한다. 오늘 꽃에 대해 배웠는데, 내일 꽃을 하나씩 가지고 가야 하는 숙제가 있어 지금 밖에 나가서 꽃을 찾아야 한다고 말이다. 부모님은 아이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와 아이들이 말하는 꽃을 찾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꽃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게 된다.

 

꽃을 찾게 되면 만져도 보고 냄새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몸의 감각을 모두 사용하게 된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아이들은 반복을 통해 꽃 이름을 몸으로 익히게 되는 것이다.

 

 

숙제 확인은 이렇게 한다.

다음날 아이들은 저마다 꽃을 하나씩 가져왔다. 나는 꽃을 가지고 온 아이들을 칭찬했다. 하지만 가지고 온 꽃이 무슨 꽃인지 이름을 묻지는 않았다. 그 대신 어떻게 꽃을 찾았고, 누구랑 갔으며, 꽃을 찾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봤다.

 

아이들은 꽃을 찾았던 상황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억해 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꽃 이름을 묻지 않는 이유는 아이들이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 몇 번이고 말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단어가 포함된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는지, 그 상황을 얼마나 더 자세히 말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것이 나의, 우리 반의 복습 방식이다. 이미 알고 있는 단어를 또 말하게 하는 것은 나도 아이들도 재미가 없다. 대신 그 주변 상황을 떠올리게 하여 그 단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몸으로 익힌 새로운 단어 과연 오랫동안 기억할까?

일 년이 지난 후 내가 가르친 아이들이 졸업하는 날이 왔다. 졸업식을 하기 교실에서 우리의 순서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아이들 눈에 교실 밖에 꽃을 든 부모를 보게 되었다. 누가 무슨 꽃을 들고 있는지, 저 꽃은 무엇인지 말하다가 이야기는 개나리와 진달래까지 이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수업에 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꽃의 모양은 어떻고, 색과 향기는 어땠는지 쉼 없이 이야기가 나왔다. 심지어 옆 친구가 개나리를 분홍색으로, 진달래를 노란색으로 칠한 사건까지 기억해냈다. 

 

경험으로 배운 것은 이렇게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다. 경험이라는 것은 결국 감각에 대한 기억이다. 기억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감각을 이용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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