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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유치원 칼럼

왜 선생님은 자주 짝꿍을 바꾸는 걸까?

by ✤✺✒ξ㎍㏆ΛΦξ 2021.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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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던 중 어떤 학부모에게 이런 질문을 받았다.

 

우리 반은 다른 반처럼 아이들이 앉고 싶은 자리에 스스로 앉을 기회를 왜 주지 않으시나요?”

 

짝꿍을 정하는 것까지 문의할까 싶지만 사실 이런 질문을 꽤 받았었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하는 학부모의 아이는 대부분 반에 좋아하는 친구가 있기 마련이다. 오랫동안 같은 아파트에 살았거나, 키즈카페를 자주 같이 다니거나 하는 말 그대로 소꿉친구 말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설명했던 이유를 5가지로 정리해보았다. 지금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다니는데, 자주 바뀌는 짝꿍 때문에 아이가 속상해하는 고민하고 있다면 아래의 내용이 그 답이 되리라 생각된다. 선생님이 자주 짝꿍을 바꾸려고 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반 친구들 모두 골고루 친해지게 하기 위해서

먼저 짝꿍이 바뀌면 아이들은 새로운 친구와 친해질 기회가 생긴다. 아이들에 따라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아이가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 주면 좋겠지만 아이들의 사회도 어른과 다르지 않다. 본인이 마음에 드는 아이, 편한 아이 위주로 말하고 놀이를 함께 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친한 아이들끼리 놀게 되는 상황이 온다. 하지만 매주 새로운 친구들과 짝꿍을 하게 되면 반 전체가 두루두루 친해지게 된다. 짝꿍이 되기 전에는 먼저 이름을 불러주거나 같이 놀자는 말을 하지 않았던 아이들이, 매주 짝꿍이 바뀌면서 서로의 이름을 스스럼없이 부르고 놀이도 같이하게 된다.

 

 

둘째, 새로운 짝꿍과 함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 내게 하기 위해서

우리 반에 리나라는 아이가 있었다. 평소에 리나가 경쟁자로 생각했던 엘리가 새 짝꿍으로 앉게 되었다. 원래 리나는 수업 시간에 무엇이든 친구들이 하는 것을 보며 천천히 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짝꿍이 바뀌고 나서 수업에 집중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나는 처음에 아이의 컨디션이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다 리나가 엘리를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엘리가 하나를 하면 리나도 하나 혹은 그 이상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 주 동안 리나는 라이벌과 옆에 앉은 것만으로도 영어 실력을 올릴 수 있었다. 리나에게 긍정적인 경쟁심리가 작용했던 것이다.

 

 

셋째, 특정 친구 하고만 앉고 싶어 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디서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무리에서 늘 인기가 있는 아이가 있다. 그 아이는 대개 성격도 좋고 실력도 좋은 경우가 많다. 우리 반에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가릴 것 없이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아이였다.

 

이 아이는 뭐든 잘했다. 게다가 겸손했다. 친구들의 일을 본인의 일처럼 언제나 즐겁게 도왔다. 이러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아이가 이 친구와 앉고 싶다고 울기도 했다.

그런데 매주 자리를 바꾸면서 이 상황이 해결되었다. 모든 아이가 한 번씩 이 친구와 짝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넷째, 평범한 아이들의 하루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주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주말의 그리움을 달래주고 싶었다. 평일에는 아이들도 유치원과 학원에 다니느라 바빠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기 힘들다. 그러다 주말이 되면 같이 늦잠도 자고 부모님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데, 월요일이 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의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부모와 더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월요일은 당연히 유치원에 가기 싫은 날이 된다. 그래서 새로운 친구와 자리를 앉게 되는 작은 변화라도 주고 싶었다. 유치원에 오는 길이 설레길 바랐다. 월요일 아침, 아이들이 집을 나설 때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말했더라도 이번 주는 누구와 앉게 될지 기대하는 부푼 마음을 가지고 유치원 문을 열길 소망했다.

 

 

다섯째, 수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반에는 수업을 잘 따라오는 아이와 그렇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이 있다. 잘하는 아이가 계속 잘하고 못하는 아이가 계속 못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달 전만 해도 읽기가 서툴렀던 아이가 어느새 반에서 읽기를 가장 잘하는 아이로 변한다. 그 이유는 아이마다 영어가 느는 기간과 실력의 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생님으로서 수업을 잘 이끌어가려면 이 균형을 맞추어 주어야 한다. 한쪽에 잘하는 아이들이 몰려있지 않게 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아이들이 몰리면 그곳에 속하지 않은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왜 나만 모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력이 다른 아이들이 골고루 섞여 있으면, 눈치껏 옆의 친구를 보면서 따라온다. 대답도 친구들을 따라서 크게 한다. 수업의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게 수업이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된다.

 

 

이것이 내가 짝꿍을 바꾸는 이유다.

뭐 짝꿍 하나 바꾸는데 이렇게 많이 생각하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아이에게 짝꿍이 끼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앉으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평소보다 더 잘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긍정의 힘을 끌어내기 위해 나는 매주 짝꿍을 바꿔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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