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정도 아이들은 여행으로 유치원에 등원하지 않는다. 그 기간이 짧게는 하루 길게는 한주, 두 주가 되기도 한다. 여행을 가서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문제는 이 여행으로 인해 일주일 동안 빠진 수업을 영어 유치원에서는 어떻게 보충하느냐이다.
부모가 미리 알아야 할 영어 유치원의 수업
이 문제를 두고 부모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혹시 아이의 유치원 스케줄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 일주일 동안 아이들의 진도가 얼마큼 나가는지를 아는지 말이다.
왜냐하면 흔히 가정으로 보내진 시간표에 기재된 수업의 양과 실제 수업 시간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업 양이 시간표에 적힌 것과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시간표에 오늘의 진도가 책 한 장이라고 해보자. 오늘의 진도인 그 책 한 장이 과연 책 한 장일까?
아이들은 그 한 장을 배우기 위해 수업 시간 내내 이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수업 시간 동안 잘 집중하고 들어야 그 한 장을 풀어낼 수 있다. 반대로 어떤 날은 장수가 많다. 하지만 이미 이전 수업에 다 배우고 이해한 것들이다. 그래서 그 많은 양을 한 수업에 끝내기도 한다.
그 때문에 가끔 부모들에게 질문을 받기도 한다. ‘오늘 하루 이 진도를 다 나가나요?’ 그러면 나는 ‘네’라고 답한다.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이 모든 것들이 이미 계획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나를 포함한 영어 유치원 선생님의 대부분이 수업 시간표를 짤 때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계산한다. 그동안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으로 말이다. 시간표 안에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잘 따라올 수 있는 호흡을 분배해서 넣는다.
그 때문에 시간표를 짠 선생님이 아니고서야 수업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겠다는 예상은 부모들이 시간표만 봐선 쉽게 알아낼 수 없다. 게다가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이런 예상을 넣어서 계획을 짜도 항상 변수가 생긴다.
예를 들어 이 부분은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것 같아 한 시간으로 시간표를 짰다는데, 실제 수업을 해보니 그렇지 않은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방법은 하나다. 현장에서 다른 내용을 조절해 보충해 나가는 것이다.
아이가 결석한 기간 진행된 수업은 어떻게 보충이 될까?
아이가 여행으로 유치원을 결석하게 된다. 그러면 부모는 그동안 아이가 놓친 수업에 대한 보충을 원한다. 선생인 나로서는 부모가 원하지 않아도 보충을 악착같이 해주고 싶다. 그래야만 아이가 다음 수업을 힘들지 않게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보충 시간을 쉽게 만들 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유는 담임인 한국인 선생님도 원어민 선생님도 늘 수업 시간표가 꽉꽉 차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보충수업을 위해선 아이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시간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 영어유치원의 현실이다.
보충 수업은 아이도 선생님도 힘들다. 아이들은 여행을 다녀오면 여행 다녀온 그 기간만큼 본인의 쉬는 시간을 반납해야 한다. 수업이 끝나고 잠깐 쉬는 시간에 빠진 진도에 대한 일대일 보충 수업을 한다.
생각해보라. 아이는 방금 수업을 마치고 이제 쉬는 시간이 되어 친구들과 조금 놀려고 했다. 그런데 쉬는 시간이 아닌 또 다른 수업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을 말이다. 아이의 한숨이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이다. 아이는 점심시간도,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기 직전까지도 보충 수업을 해야 한다. 온종일 의자에 앉아 공부하지만 겨우 그날 분량의 보충을 마칠 뿐이다. 내일, 모레 또 그다음 날까지 아이의 보충수업은 계속된다.
이 글을 읽는 부모가 알았으면 좋겠다. 보충 수업 때문에 친구들과 잠깐도 놀지 못하고, 수업을 계속하고 있는 아이의 마음을. 아이의 시무룩한 얼굴을 봤으면 좋겠다. 감히 말하자면, 지금 부모가 상상하는 그 얼굴보다 우리 아이들의 얼굴은 더 안쓰럽다. 이런 아이들을 끼고 보충 수업을 해야 하는 나는 마음이 찢어진다. 정말 누구를 위한 여행이었는지, 그 일주일을 보상받고 싶다.
이제는 부모에게 아이가 결석하게 된다고 연락받게 되면, 얼마나 오래 결석을 하게 되는지 그 날짜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 보통은 일주일, 많게는 이 주일씩 결석한다. 그래서 부모님께 날짜를 듣고 나면 머릿속으로 현재 수업을 따라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고 시간표를 보고 수업에 빠지게 되는 부분이 얼마큼 인지 확인한다. 빠르게 아이와 함께 따로 공부해야 할 내용을 계산한다. 그리고 부모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왔을 때 수업을 따라잡을 수 있게 최소한의 숙제를 꼭 할 수 있게 말이다.
내 아이 보충수업 때문에 친구들이 피해를 본다.
보충 수업을 위해 쉬는 시간을 반납해야 하는 사람은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보충을 앞둔 선생님들은 방금 수업을 마친 아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짧은 쉬는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진도를 따라잡으려 애쓴다.
하지만 아이는 수업으로 인해 이미 지쳐 있어 생각만큼 많이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부모가 이 부분을 알았으면 한다. 여행 후 보충 수업은 자칫 비워진 책을 채우는 시간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도, 선생님도 보충 수업에 제대로 집중을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이 아이의 보충으로 인해 다른 아이들을 챙길 시간을 빼앗긴다.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 챙겨야 할 것이 많다. 그런데 보충 수업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의 아이가 열 명이라면, 이 한 명의 보충으로 인해 다른 아홉 명이 손해를 보게 되는 결과가 생긴다.
매달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생각해보라. 게다가 이때 숙제를 안 해온 아이가 있어 그 숙제도 봐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여행에서 돌아온 아이가 한 명이 아니라 두 명, 세 명이라면? 이때는 정말 몸이 열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영어유치원 인가? 이 물음에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영어유치원을 등록했을 것이다. 내 아이가 영어를 행복하고 즐겁게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영어유치원은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하지만 여행으로 인해 아이들이 긴 공백을 가지게 된다면, 공백 기간만큼 그것을 채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쉬는 시간까지 반납하면서 말이다. 빠진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또 수업해야 한다.
이것이 아니어도 이미 아이들은 영어유치원에서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다. 그런데 부모는 이 바쁜 스케줄 안에 또 다른 스케줄을 넣어 아이에게 무조건 해내기만을 강요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고작 5~7세밖에 되지 않았다. 이 힘든 스케줄을 감당할 준비가 당연히 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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