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곳은 단지 교실 안은 아니다.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배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늘 부딪힐 준비가 되어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의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느냐이다.
아이들 스스로 말하기를 시작한다면 이는 책을 보고 백 번 연습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 아이들이 싸울 때나, 왜 싸웠는지 설명하는 과정은 권장할 만 하진 않지만 분명 영어 말하기라는 관점에서는 큰 발전이 야기하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억울한 두 아이
어느 평범한 아침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이들이 등원하는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유치원 입구로 나갔다. 버스가 한 대 두 대 도착하면서 아이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굿모닝’ 아침 인사를 하며 한 명씩 교실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저기 멀리서부터 큰소리로 들어오는 두 아이가 있었다. 같은 버스를 타고 오는 우리 반 남자아이 두 명이었다.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씩씩거리면서 들어오는 것을 보니 버스에서 싸운 모양이었다.
나는 두 아이에게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인사 대신 나에게 달려왔다. 나는 둘을 번갈아 보면서 무슨 일인지 물었다. 동시에 나에게 말을 하는 바람에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우선 아이들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교무실로 오라고 이야기했다. 어쩔 수 없이 나에게 대답하고 돌아서면서도, 아이들은 여전히 씩씩거리고 있었다.
왜 싸웠나?
교무실에 온 두 친구는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들이 싸운 이유는 이랬다. 둘이 평소에 잘 가지고 노는 로봇이 있었다. 변신하는 로봇이었는데, 하나씩 변신시킨 로봇을 모아 합체시켜 또 다른 로봇으로 만들 수 있는 로봇이었다.
로봇 다섯 개를 변형시켜 팔 두 개, 다리 두 개 그리고 몸통 하나를 만들어 거대한 합체 로봇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즉 다섯 개의 작은 로봇이 다시 하나의 커다란 로봇이 되는 것인데, 이 다섯 로봇이 합체되는 부분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고 있었다.
사자 로봇이 변신하는 부분을 한 친구는 오른팔, 다른 친구는 왼팔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서로 오른팔이 맞다 왼팔이 맞다 이야기하다가 결국 싸우게 된 것이다. 설명을 들으면서 내가 듣고 있는 것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름도 어려운 로봇에 대한 복잡한 아이들의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아 스무 번도 더 넘게 질문을 해야 했다. 단순히 아이들을 화해시켜주고 금방 교실로 돌려보내려던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선생님을 이해시켜라!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로봇의 변신과 합체에 관한 설명으로 나를 이해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방금 싸운 것은 잊었는지 둘이 의견을 주고받으며 나에게 이 로봇 변신에 대해 이해시키고 있었다.
아직도 나는 기억하지 못하는 어려운 로봇 이름을 말하며 둘은 진지했다. 안타깝게도 그 당시 아이들이 말하는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한 나의 배경지식은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둘이 번갈아 가며 열심히 설명을 이어갔지만 나는 끝끝내 완벽하게 이해를 못 했다. 하지만 덕분에 아이들은 나에게 로봇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 있었다.
로봇의 변신과 합체에 관해 나에게 열심히 설명한 일이 아이들에겐 큰 수업이 된다. 같은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듣고, 말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영어 말하기의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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